패션
연예
엔터테인먼트
뷰티
문화/사회
예능
영화
인터뷰
칼럼

‘독전’ 강승현, 최정상에서 다시 신인으로 [인터뷰]

2018. 06.14. 16:15:39

[시크뉴스 김지영 기자] “세월은 절대 배신하지 않아요.”

11년 간 베테랑 모델로 활동하던 강승현이 배우로 영역을 확장했다. 런웨이에서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관객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던 그가 ‘독전’에서 묵묵히, 화려한 액션을 소화하는 소연으로 변신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시크뉴스 사옥에서 만난 강승현은 자신의 첫 영화 ‘독전’(감독 이해영)의 흥행을 전혀 예상하지 못 했다며 쑥스러운 듯 미소 지었다. 지난 달 22일 개봉한 ‘독전’은 13일 기준 누적관객 수 467만 8465명을 기록하며 꾸준히 흥행 중이다.

“처음 캐스팅 됐을 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저만 알고 있었어요. 중간에 영화가 엎어질 수도 있고 캐스팅이 취소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시간이 지나면서 캐스팅 소식이 전해졌을 때 하나하나 실감이 났어요. ‘내가 이렇게 대단한 영화에 캐스팅 된 거구나’하면서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죠.”

강승현은 ‘독전’에서 아시아 최대 마약 조직의 우두머리 이선생을 수년간 쫓고 있는 형사 원호(조진웅)의 팀원 소연으로 분했다. 대부분 남자인 팀원들 사이에서 홀로 여자인 소연은 남들과 다르게 튀지 않고 원호의 왼팔처럼 묵묵하게 자신의 맡은 일들을 해나간다.

특히 독한 자들의 전쟁을 그리는 ‘독전’은 러닝타임 내내 악의 끝을 달리는 인물들이 관객의 시선을 단 한 순간도 뗄 수 없게 만든다. 이번 작품이 유작이 된 故김주혁은 이전엔 볼 수 없었던 기괴함과 악랄함을 보이며 마약연기 계보에 한 획을 그었다. 또한 분량이 적지만 이선생의 존재를 각인시켰던 김성령, 특별출연임에도 강한 인상을 남긴 차승원, 살의 가득한 표정과 비열한 행동으로 파격 변신한 박해준 등 수많은 배우들이 기대한 것들의 이상의 연기를 도출해냈다. 비교적 평범한 인물이었던 소연을 맡은 강승현은 스스로에게 부담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평범한 사람들은 ‘독전’의 강한 캐릭터들을 쉽게 만날 수 없잖아요. 반면에 형사 팀들은 리얼리티가 있죠. 그래서 감독님도 리얼리티를 바라셨고 이 영화에서 센 온도를 다른 강한 캐릭터들이 담당한다면 형사팀은 그 온도의 중간 역할을 해요. 그래서 저도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고요. 팀원들과 늘 함께 있으면서 의지하고 한 묶음으로 보여야한다는 생각이었기에 ‘어떻게 하면 잘 녹여져 있을 수 있을까’하는 부담감이 있었죠.”



소연은 마약 거래상 박선창(박해준)을 속이기 위해 마약 시장 거물 진하림(김주혁)의 여자친구 보령(진서연)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수수한 스타일에 꾸미지도 않았던 소연은 이 순간을 위해 과감한 의상으로 이미지를 탈바꿈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어색함이 남아있다. 같은 연기를 다르게 소화해야하는 진서연과 강승현은 서로 각자의 해석으로 연기를 했을 뿐 상의를 하지는 않았다.

“극 중에선 보령과 진하림의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 소연이 현장에 투입되는 걸로 나와요. 하지만 저는 그 연기를 실제로 보지 못했어요. 사전에 진서연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지도 않았고요. 당시 촬영할 때 감독님이 ‘너는 보령을 따라 해서도 안 되고 따라할 수 없는 연기를 했다’고 했어요. 저는 그냥 그 순간에 자연스럽게 묻어가려고 했어요. 락(류준열), 원호, 박선창 세명의 구도니까요. 그래서 전 대사도 거의 없죠. 소연이 똑같이 보령처럼 테이블 위에 앉았다면 흐름을 깰 것 같아서 의자에 앉아있기도 하고요.”

이해영 감독이 진서연의 연기에 ‘따라할 수 없는 연기’라는 말을 강승현은 영화로 확인하고 나서야 알았다. 그만큼 진서연이 파격적인 연기를 했기 때문. 영화를 보고 나서 알았다는 그는 진서연에 보령을 ‘진서연 선배답게 해석했다’며 존경하는 마음을 내비쳤다.

“진서연 선배는 한 단어로 정리할 수 없어요. 실제로도 쿨한 언니에요. 평소 모습도 세련되고 멋있는 분이죠. 쿨한 언니의 애티튜드, 자연스러운 모습들에 보령이 잘 묻어났다고 생각해요. 또 선배의 모습이 멋있기 때문에 보령이 멋있게 나왔다고 생각하고요.”

‘독전’은 홍콩 두치펑(두기봉)감독의 2013년도 영화 ‘마약전쟁’을 원작으로 한 작품. 강승현은 ‘독전’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마약전쟁’을 관람했다고 밝혔다. 또한 김옥빈이 출연했던 여성 액션 영화 ‘악녀’를 비롯해 다른 배우들의 액션 연기를 참고했다.

“여자들이 액션을 할 때 궁금했어요. 한 작품만 참고하기보다는 여러 작품을 봤죠. 제가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액션이 몸놀림도 중요하지만 소리와 합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어요. 소리도 몸 속 깊은 곳에서 나오는 소리가 멋있더라고요. 외국배우나 한국배우가 어떤 소리를 내는지 참고했어요. 액션에서의 소리는 감정의 소리니까 따라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액션 연습할 때부터 소리를 엄청 냈어요. 사실 처음에는 부끄럽잖아요. 그런데 나중에는 소리를 내다보니 훨씬 자연스러워졌어요. 내 안의 남자 소리가 나온 듯해서 감독님도 좋아하셨고요.”

극의 말미 길게 이어지는 액션 연기를 위해 강승현은 4개월이 넘는 시간을 투자했다. 다른 이들에 비해 큰 키를 지녔기에 대역해 줄 수 있는 배우가 없어 오로지 모든 액션을 스스로 소화했다. 특공무술이 특기인 이혜은과 처음부터 합을 맞췄고 비슷해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더욱 노력했다. 강승현은 이혜은에게 공을 돌렸다.

“이혜은은 특공무술이 특기라 액션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친구였어요. 저는 그 친구와 비등비등해 보여야하니까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죠. 합은 짜여 있었고 이것을 둘이 해야 하니 따로 연습해서 만날 수 없었어요. 저는 그 친구에게 고마워요.”



소연이 큰 키의 홀로 여성 형사이기에 ‘베테랑’에 출연했던 장윤주가 떠오르기도 한다. 장윤주 역시 모델 출신으로 ‘베테랑’에서 남자 형사 팀원들과 함께하면서 액션 연기를 선보였기 때문. 그러나 극이 전개될수록 장윤주가 연기했던 것과는 다른 결로 연기를 이어나간다.

“모델 출신인 사람이 형사 역할을 한다고 했을 땐 장윤주 선배가 떠오를 수 있다고 봐요. 하지만 그 타이틀을 떼면 캐릭터의 온도는 달라요. 또 전 장윤주 선배님보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은 아예 못했던 게 ‘독전’이 저의 첫 영화여서 극에 녹아들어야 한다는 생각만 해서 경황이 없었어요. 제가 제일 신인이니까 다른 사람보다 잘해야지 하는 욕심은 없었어요.”

강승현은 ‘독전’의 캐스팅이 확정되고 나서 20분짜리의 짧은 웹무비 ‘저사람’(감독 김연조)에 출연한 바 있다. 극 중 한국으로 시집온 외국인 아내 부 후옹으로 분했던 그는 화면에 얼굴이 많이 비추지도, 많은 대사를 하진 않아도 이 작품에서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였다.

“김연조 감독님조차도 저에게 ‘괜찮냐’ ‘진짜 할 거냐’고 물을 정도로 적은 역할이에요. 그런데 저는 그것에 메리트를 느꼈어요. ‘독전’이 확정되고 나서 오디션을 봤는데 현장 경험도 너무 해보고 싶었어요. 저에게 ‘저 사람’은 현장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일깨워준 의미 있는 작품이죠.”

2008년 포드 세계 수퍼모델 대회에서 28년 역사상 아시아계 최초 1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 주목을 한 몸에 받았던 강승현은 이제 배우로 노선을 변경했다. 한 분야에서 10년간 정상 자리에 있었던 그는 다시 신인의 자세로 돌아가 새로운 무대를 꿈꿨다.

“20대에 모델을 하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때의 경험으로 지금이 있다고 봐요. 모델 일을 하면서 많은 활동을 하다 보니 이렇게 새로운 기회가 왔을 때 얼마나 큰 기회라는 것을 알거든요. 그래서 ‘독전’에 캐스팅 됐을 때 감사함을 알았어요. 그 세월 안에서 배우는 게 너무 많고, 내가 밟았던 흔적들이 있고요. 20대 때 배웠던 것을 30대 때 가지고 갈 거고 나이를 생각하는 것 보다 20대 때처럼 똑같이 열심히 살려고요.”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YG 엔터테인먼트, YG 케이플러스 제공]
검색